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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개인전 'Curve' / 전시리뷰 / 2018.9.6~9.14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그 경계 너머에 있는 노스텔지아를 향하다

김인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디렉터)

정유미 작가는 올해 어느 평론가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친분이 있거나 사적으로 아는 바가 없는 작가라 처음 이 작가의 작업실을 들어가서 그의 캔버스 작업을 마주했을 때의 첫 인상은 푸른색에 심취되어 있는, 어떤 종류의 우울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우울감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6년에 그가 다녀온 노르웨이 여행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그의 캔버스에 지배적인 색채로 작용하고 있는 푸른 색은 화면을 크게 분할하는 곡선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그에게 한때 친숙하고 장엄하게 다가왔던 자연 풍경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그가 다녀온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해안 풍경을 종종 언급했는데, 그 당시의 경험이 지금까지 작가에게 강렬한 잔상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특히 2018년에 제작된 'Curve' 시리즈에서 이러한 경향을 매우 강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는 거대한 해안 절벽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선이 다양한 모양새로 작가의 페인팅 화면 속에 공통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 곡선은 당시의 풍경에 대한 깊은 인상에서 비롯되었을 터이다. 그리고 정유미 작가 특유의 캔버스를 뚫는 구도가 되었다. 최근 몇 년 간의 캔버스 표면을 지배하고 있는 이 푸른 색채는 그 때 보았던 풍경을 차지하였던 넓고 푸른 바다의 색이었으며 광활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지면에 가득한 초록 풀 또한 그의 작업 속 푸른빛과 연관되었을 것이다. 작품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캔버스마다 큰 면을 만들어내는 과감한 채색 방식과 분할된 다른 면을 붓끝으로 사는 선을 만들어내며 시간을 들여 채워나가는 대조적인 기법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흰색의 가는 선은 전체 화면을 뒤덮은 강렬한 푸른 톤의 바탕 위로 또 다른 겹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부드럽고 푹신하며 너울거리며 흐드러지는, 시각적이며 촉각적인 감각을 끌어낸다. 이는 절벽 위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누워있는 짤막한 풀들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북슬거리는 동물 털과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편, 또 어떤 작업 화면에서는 이러한 분할 없이 전체를 푸른 색으로 뒤덮은 다음 그 위로 가는 선들로 이루어진 중첩된 겹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이는 물결을 일으켜 하얀 파도 거품을 만들어내는 장면 묘사처럼 보이면서 화면의 레이어에서 발생한 대조적인 질감으로 인한 또 다른 독특한 촉감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조적인 상황들은 작가가 인터뷰에서 혹은 작업 스테이트먼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막(screen)’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시 정유미 작가의 설명을 근거로 보자면, 그의 회화 화면은 자연에서 소재를 얻고 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막(screen)’을 생산해 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흰색으로 뒤덮힌 털뭉치같은 표현을 심리적 상태라는 가시화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현현(顯現)으로 보고 있다. 작가가 2016년에 참여한 노르웨이 레지던시에서 상당한 감흥을 받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쩌면 작가가 이방인으로서 생활해야 했던 타 지역에서 느낀 외로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설명되는 드로잉 작업에서 보이는 벽면 묘사의 세밀한 패턴과의 연관성이 그러하다. 혹은 굳이 타 지역이 아니더라도 작가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하는 작업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타인과의 벽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무방해 보인다. 실재로 그의 스테이트먼트에서 심리적인 막이 존재하게 되는 상황을 타인과의 관심과 경계심이라는 이중적 심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심리적 거리의 발생으로 보고 있다. 그는 실재로 작품에 대한 소통을 원하고 작품에 대한 대화에 적극적이었다. 그의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즐기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노르웨이에 머물렀던 시기에 느낀 감정은 일종의 소외감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이 시기에 그린 드로잉 시리즈 'N-drawing' (2016)은 작가가 머물던 지역의 집들의 문 혹은 담장들 또는 해안가의 펼쳐진 곡선을 따라 보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그 대상으로 삼은 작업들이다. 이는 작가가 타인의 경계심의 대상으로서 예민하게 이 지역을 관찰하였던 경험담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이 드로잉 시리즈에서는 작가가 연필선을 짧고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묘사한 다양한 패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페인팅에서 보았던 짧고 부드러운 털의 묘사 방법과 매우 유사한 지점에 있다. 담장의 모양은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 되면서 동시에 작은 직선 혹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촘촘한 패턴들로 채워지며 부드러운 경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종이의 빈 여백에서 발산되는 비물질적 공간과 촘촘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특정 구조물의 즉물적 형상을 보여주면서 또한 대조적이다.

한편 그는 일상 언어의 홍수 속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막을 쓰고 자신의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또한 즐기는 듯 보인다. 그의 작업 중 나에게 특히 인상적인 작업인 'Cornerstone, 캔버스에 아크릴, 181.8×227.3cm, 2018'은 이러한 상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언뜻 보면 거대한 산과 구름이 둥둥 떠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추상적인 형식의 풍경화 작업이다. 화면 크기가 거대하기 때문에 화면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푸른 덩어리는 꽤 무게감이 있다. 2미터가 넘는 면을 메워나가면서 때로는 면으로, 때로는 얇은 선으로 화면을 구성해 나갈 때 구도와 색채는 미리 계획되지 않은 채 온전히 작가의 반응으로만 구체화 되었다. 이 행위 자체가 외부 세계와의 얇은 막을 쳐서 경계를 만들어내는 그리기 방식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정유미 작가의 화면 안에는 다양한 푸른색들이 존재한다. 거대한 덩어리이거나 바다 혹은 공기 같은 배경이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거나 이들은 푸른 빛을 머금고 미묘하게 다른 색으로 구분된다. 이 푸른 색을 지나가는 하얗거나 더 밝은 푸른색인 가는 선들이 모인 덩어리 또한 중첩된 레이아웃을 만들어내면서 작가가 만들어낸 긴 시간을 머금고 흘러가고 있다. 이 화면이 도대체 무엇을 특정하여 그렸는지 모호하다. 이 모호하고 애매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가의 손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푸른 색채들은 특정 색을 정해서 사용한 것 같지는 않다. 베이스로 사용하는 푸른색은 주로 울트라 마린과 코발트 블루이다. 이 색들은 작가가 캔버스를 마주한 순간의 기분에 따라 흰색이 섞이고, 또한 보라, 녹색, 프렌치 블루, 아쿠아 등 다양한 종류의 푸른 색이 섞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비율도 제각각인데 칠해야 하는 면적, 그날의 기분, 그리는 대상의 색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즉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에서도 또한 푸른 색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물론 드로잉 전체의 색채는 주로 무채색이나 또 한편 푸른색이 지배하고 있는 듯 보인다. 회화 작업에서 사용하였던 가는 선들의 하얀 톤들이 종이의 하얀 톤 위에 그려지는 엷은 연필 선들의 반복적인 터치들로 채워지는 부분들과 비슷한 형식을 띠면서 평행을 이룬다. 회화에서 털뭉치로 보이는 한가지 패턴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성을 만들었다면, 주변과의 경계를 상징하는 담장을 그리면서 만들어낸 드로잉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패턴이 존재하고 있다. 즉 2016년의 드로잉을 그렸던 시기에는 작가의 눈이 보다 구체적인 대상을 향해 있었다. 그 대상은 작가의 신체와 떨어져 있었고 또한 호기심과 관찰의 대상으로서 여러가지 요소들을 발견하고 종이에 옮기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작가의 작업은 대상과의 거리가 없다. 화면은 여백이 없이, 색으로 가득한 채 그 색상 자체가 대상이 된 듯 작가의 모든 상태가 몰입되어 있는 듯 보인다. 어느 찰나의 경험은 그대로 작가의 머리 속에서 색채와 덩어리로 표현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간혹 그는 푸른 빛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장치같은 것을 사용하는데 붉은 계통의 색채이다. 이 붉은 톤은 몹시 인위적인 빛이라 오히려 그가 빠져있는 세상이 더 이상 그의 주변과 그의 시간 속에서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확인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치처럼 보인다.

다시 한번 정유미 작가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상기해 보았다. 그의 그림은 그가 이전에 도달해 보았던,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의 경계를 건너서 들어가보았던 아름다운 곳에 대한 노스텔지아일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혼자 환경에 몰입하고 스스로에게 몰입하였던 그 시절에 대해 지금은 그 당시를 기억하면서 회화작업을 통하여 그때의 감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빠져나오곤 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작업은 온전히 자신에게로 향해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설정한 막(screen)을 통과해보면 그는 여전히 완벽하게 아름다워보이는 노르웨이 해안에 서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Towards Nostalgia, Beyond Boundaries

Inseon Kim (Director. Space Willing N Dealing)

I was introduced to Yumi Chung this year by a critic. Since I was not personally acquainted with the artist, my first impression when I first entered the artist’s workshop and encountered her canvas work was that she might have some sort of depression and an infatuation for the color blue. However, I came to realize that it was quite different from typical depression when I heard the story of her trip to Norway in 2016. The color blue, which predominates the canvas, is divided by the curve that splits the canvas. I learned that this was derived from the natural scenery that came to her as familiar, yet magnificent. The artist frequently mentioned the landscape of the Fjord Coast in Norway, and it was clear that this experience remained as a strong afterimage for her. In particular, such inclination was portrayed strongly in the series created in 2018. Beautiful curves from the seashore cliff separating the sea from the land was commonly illustrated in her paintings in various forms, and these curves must have come from a profound impression of the landscape. They have become the unique way for Yumi Chung to break the canvas. This blue tone, which has been predominating the canvas surface for the past few years, is the color of a wide, blue ocean from the scene that she had seen, and the green grass covering the land where she was able to see the vast ocean must have been related to the blueness of her work. If you take a look at her work one by one, you will find that she uses two contrasting methods - the bold method of painting a big area on the canvas and the method of taking time to fill in the divided parts with a delicate brush work. The thin white line creates another layer on top of the strong blue tone, and it brings out the soft, fluffy, wavy and splendid visual and tactile feeling. It reminds the viewer of short grass on a cliff where you lie as you feel the ocean breeze or the soft fur of a fluffy animal. On the other hand, another piece is covered entirely in blue without any division, and overlapping thin layers are drawn on top, which makes it look like the depiction of white foam and breaking waves. Also, the contrasting textures of the layers on the screen lead to another unique feeling. Such contrasting situations are naturally connected to the word ‘screen’ that she mentions in her interview and the work statement.

Going back to my explanation of Yumi Chung, the painting screen produces a psychological ‘screen’ in the process of finding the material from nature and depicting it. She sees a tuft of hair covered in white as a manifestation of being unable to visualize emotional states. Considering that she was greatly impressed by her Norway residency in 2016, perhaps this could represent the loneliness she experienced as she lived as a stranger in an alien land. Such is her association with the detailed pattern of the depiction of the wall in the drawing, which is explained right away. Or it may seem that it symbolizes the wall with others created in the process of isolating oneself through artist activities, even if it is not in other areas. Actually, in her statement, the situation in which the psychological ‘screen’ exists in her message is seen as the occurrence of the psychological distance that occurs naturally in the dual psychology of interest and a vigilance with others. She really wanted to communicate about the work and was active in conversations about the work. She is also an artist who enjoys the opportunity of having someone listen to her worries and talking to each other to quench their thirst. For such a person, the feeling that she had during her time in Norway could have meant a type of alienation. The drawing series 'N-drawing' (2016) from this time takes the doors or walls from the area she stayed, or the boundary of the sea, and the land creating curve along the shore, as her subjects. This is also read as a record of the experience in which the artist closely observed the area as the subject of other people’s vigilance. In this drawing series, you can see various patterns that the artist depicted using short and repetitive pencil lines. This is very similar to the way of describing the short and soft fur found in the painting described above. The shape of the fence is a wall that separates the space. At the same time, it is filled with tight patterns of small straight lines or curves to express a smooth boundary. This approach is also contrastive, showing the non-material spaces emanating from the blank margins of paper and the realistic shape of a densely, and delicately drawn, particular structure.

Meanwhile, it seems that she enjoys indulging herself in her painting as she is freed from the flood of everyday language and wears a cover. 'Cornerstone, Acrylic on canvas, 181.8 × 227.3 cm, 2018', a work I particularly find impressive, also reminds of such a situation. The work is an abstract landscape with a large mountain and floating clouds. Since the screen is enormous, the blue lump that fills the screen is quite heavy. In filling the surface that is over 2 meters wide, sometimes planes, and sometimes thin lines, are shown on the screen. The composition and the colors are not preassigned, and they are materialized entirely as the artist’s response. This act itself is perceived as a way of stretching a curtain between the outside world and drawing a border in between.

In the ‘screen’ of Yumi Chung are the different tones of blue. Whether they are a large lump, ocean, or air, or grass waving in the wind, they hold blueness, yet they are classified as different blues. Thin lumps in white, or lighter blue, going across the blues also create overlapping layouts and flow away with the long sense of time that the artist has created. What this screen is supposed to be is rather ambiguous. These vague, ambiguous, and uncertain blues created by the hands of the artist do not look like they were aimed to be a specific color. The blue colors used as the base are usually ultra-marine and cobalt blue. Depending on the mood of the artist at the time of sitting in front of the canvas, the white and different blues, such as purple, green, French blue, and aqua are mixed with these base colors. The ratio of paints mixed also vary depending on the area to be painted, mood of the day, and the color of the subject – it is spontaneously created.

The color blue is also easily found in the artist’s drawing series. Of course, the colors of the entire drawing are mostly achromatic, yet on the other hand, it seems as if the blue is dominant. The white tone of the thin lines used in the paintings take a similar form as, and is parallel to, the repetitive light pencil lines on top of the white tone. If the paintings used a pattern that looks like a tuft of hair to make various compositions, the drawings with a wall that represents a boundary between surroundings also use various types of patterns. That is, during 2016 when these drawings were made, the artist’s eyes were on a specific subject. The subject was separate from her body and was a subject of curiosity and observation, which means there was a process of discovering various elements and transferring them to a paper. There is no distance between the subject and the artist in today’s piece. The screen is filled with colors without any blank space; as if the color itself has become the subject. It seems that every state of the artist is immersed in it. The experience of a moment seems to be expressed in color and mass in the artist’s head. Sometimes, she uses a device to move away from the blue tone, which is the red color. This reddish tint is very artificial and it seems like a device to show that the world in which she is immersed in is no longer in her vicinity and in her time.

I think back to the first time that I met Yumi Chung. Perhaps, her drawings are the nostalgia for the beautiful places that she experienced by going beyond the boundaries of her life. Remembering the time when she entirely focused on the environment and herself, she is immersed in the feeling from that time while she paints; and her works are wholly headed toward herself. It feels like if you pass through the ‘screen’ that she has set up, you will find her standing at the Norwegian shore, that is still perfectly beautiful, and blankly staring at the endless oc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