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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mi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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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13, Fabric, vertical blind headrails, 256×213cm

2019 KT&G 대치 갤러리 개관전
Silent Blue
정유미 개인전

2019.9.30(Mon) - 2020.1.3(Fri)

정유미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 사이에서 생기는 경계, 즉 벽이나 막에 주목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한국을 비롯하여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배경에서 만난 벽이나 막을 관찰하고, 머리와 마음에 남은 잔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The wall in the mind" 시리즈는 주변에 버려진 스티로폼 더미에서 상상한 ‘심리적 경계’에 대한 작품이다. 파란 화면 위에 쌓여진 흰색 덩어리들은 저 너머가 보이지 않게 가로막고 있지만, 견고하지 않아서 툭 치면 쓰러질 것 같기도 하고, 한 순간에 녹아버릴 얼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마음의 벽이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Drawing_Reykjavik" 시리즈는 아이슬란드의 도시에서 발견한 반지하 창문들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지하의 어두움에 바깥의 공기와 햇빛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철망이나 블라인드, 페인트 도색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안이 보이지 않도록 가려둔 장면들이다.
윈도우 갤러리에 설치 된 "Untitled"은 작가가 직접 천을 재단하여 재봉틀로 제작한 작품이다. 파란 반투명 버티컬 블라인드는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보일 듯, 닿을 듯 너머를 가리고 있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다.

붓터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캔버스 회화와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드로잉이 펼쳐진 이 전시장의 장면은 온통 파랗게, 고요한 평화를 자아낸다. 경계를 쌓거나 허무는 시도를 계속하며, 변주해온 정유미의 작품처럼 대치 갤러리는 앞으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탐구하고, 일상에 지친 관람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할 것이다.

김혜영 큐레이터 (KT&G 상상마당 시각예술사업부)

(사진_조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