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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개인전_Smile Mask
2011.6.1~6.7 화봉갤러리
김치치즈스마일-웃는 얼굴 강요하는 사회
이수정 (미학, 아트센터 나비 큐레이터)
아이가 4개월이 되자, 어른들이 눈을 맞추고 “까꿍”이나 “아그그” 소리를 내면 기분이 좋은 듯 “까르르” 소리 내며 웃었다. 어르고 달래기를 멈추면, 언제 웃었냐는 듯 무표정해진다. 자다가 빙긋이 웃곤 하는 신생아 시기의 배냇 웃음은 외부의 자극과 상관없는 웃음이라면, 4개월이 된 꼬마의 웃음은 자신의 호불호를 드러내고, 상대방 때문에 자신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즉 ‘사회적 웃음’이라고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웃으면 복이 와요’ 등 성장하면서 우리는 웃음에 관한 격언을 실천할 것을 배우며, 잘 웃는 착한 아이가 되라는 압박을 받는다. 어른이 되어서는 생면부지의 고객에게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낯간지러운 인사말을 속삭이게 하는 이 무시무시한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 착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웃는 얼굴’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즐겁고 유쾌한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보는 사람도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문제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때조차도 웃어야한다는 것이다. 일명 ‘감정노동’ 종사자들, 즉 백화점 판매직원이나 KTX 승무원, 스튜어디스처럼 늘 미소를 띠면서 손님을 밝게 맞아야하는 서비스직 담당자들뿐 아니라, 사랑받고 환영받는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사회 상황은 맘 편히 웃을 수 없을 만큼 팍팍하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들켜서도 안 된다. 미니 홈피 속의 ‘나’는 근사한 식당에서 한껏 환하게 웃어야한다. 나의 불행과 우울을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나의 무능함과 열등함을 드러내게 될 테고, 그 순간 힘겹게 지켜가는 내 자리가 위험해질 테니까 말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람들이 그 둘 간의 간극이 너무 커져서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 때의 우울증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늘 밝고 환한 모습을 보이다 어느 날 갑작스런 자살로 세상을 떠난 연예인들처럼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겪고 있거나 혹은 앓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직장 내에서 동료 및 상사의 평가가 중요해졌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 원만한 성격,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웃고 또 웃어야 한다. 하루 종일 입가에 경련이 날 만큼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이나 버스 속의 사람들은 무표정하다. 더 이상 스마일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졌을 때 드러난 맨 얼굴은 지쳐 있고, 또 쓸쓸하다.
정유미의 이번 개인전 《Smile Mask》는 바로 스마일 마스크를 썼다가 벗는 순간 드러나는 그 극적인 Before&After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우리는 의식적으로 웃는다. 수학여행지나 기념일에 모여 사진을 찍을 때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살짝 웃는 표정을 만들어주는 주문들 ‘김치’ 혹은 ‘치즈’, ‘스마일’을 외친다. 졸업사진이나 웨딩사진, 가족사진을 촬영할 때도 입가가 파르르 떨릴 때까지 웃고 또 웃는다. 사진사가 ‘오케이’를 외치고 촬영을 멈추거나 마칠 때, 우리의 얼굴을 스치는 수많은 표정들. 정유미는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고서 "하나, 둘, 셋!" 소리를 내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실제로 촬영된 것은 동영상이지만, 사람들은 스틸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하나, 둘, 셋'이라는 말 때문에 스틸 사진이 찍힌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표정을 짓는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처럼 진지한 표정을 지은 사람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셀카를 찍을 때처럼 가장 예쁘고 행복한 표정을 짓기 위해 웃었다가 촬영이 끝난 순간 표정을 바꾼다. 작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 중 몇몇은 한결같은 미소를 띠었지만, 대부분은 입 주변 근육을 움직이는 등 (1) 웃기 위한 준비단계-> (2)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3) 웃고 난 후의 경직된 표정 순으로 표정이 변한다. 정유미는 2단계에서 3단계로의 전이과정을 그림으로 옮겼다. 의식적인 미소가 사라지는 순간의 헛헛함과 어색함을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미소를 띤 순간)이 아니라,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순간(미소가 걷힌 이후)에 주목한 것은, 2008년 개인전 <친절학습>에서 직업상 인사를 자주 건네야하는 중년 남성들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웃는 얼굴을 주제로 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아파트 현관에서, 또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버스에서 만난 친절을 강요당한 아저씨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희극적이면서도 씁쓸함이 느껴지는 미묘한 표정을 발견했다면, 이번 《Smile Mask》에서는 중년아저씨들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겪고 있는 심정과 표정의 괴리, 또는 좇아가려고 애쓰는 이상과 그와 거리가 먼 남루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여 보여준다.
《Smile Mask》의 인물들은 단지 타인의 초상화로 ‘관람의 대상’이 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관객의 인물의 옷이나 피부 등은 세부를 생략하여 묘사하면서도 눈은 과장될 만큼 구체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림 속의 인물들은 마치 증명사진을 찍듯 정면에 서게 될 관객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 무표정하거나 어정쩡한 표정 앞에서 역시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된다. 웃는 얼굴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되고, 대화중에 손을 맞잡은 사람과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맞잡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인물들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처럼 웃었다가 멈춘 표정을 따라하고, 결과적으로 일상 속에서 자주 일어났지만 주목하지 않았던 경험에 집중하게 된다. 관객들도 스마일 마스크를 썼다가 벗는 가상의 퍼포먼스의 ‘참여’하는 셈이다. 작가는 몇 달간에 걸쳐 Smile Mask라는 글씨를 손으로 수놓은
앞서 말했듯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도 사회적 웃음을 짓는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웃음’의 즐거움과 기쁨을 드러내는 표현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속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짓지 못한다면, 진심이 담기지 않은 웃음을 건네고 또 그런 웃음을 대하고 살아간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친절 학습》이 수위 아저씨들의 어색한 웃음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유쾌하게 웃을 줄 모르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듯이, 정유미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과도하게 웃음을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자, 속으로는 괜찮지 않으면서도 ‘나는 괜찮아요.’라고 스스로를 꾸미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사람들이 건네는 웃음이 아니라, 웃음이 지나간 자리다. 작가는 “평소에는 무표정이거나 어정쩡한 표정이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자동적으로 웃는 표정을 짓는 것과 같이, 솔직하지 않은 우리의 이중적인 생활로부터 오는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전시된 작품 속에서 하나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전의 《친절 학습》전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수집된 모델들의 표정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데, 《친절 학습》의 수위, 기사 아저씨들이 연령이나 성별, 직업적 특성에서 상당한 공통점이 있었고, 그 결과 인물들의 표정이 하나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반면 《Smile Mask》의 인물들은 작가와 1회 이상 만났던 사람들이지만, 작가와 알고 지낸 시간 및 공통점 등의 이유로 각기 친밀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스마일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은 인물부터, 극명한 Before&After를 보여주는 인물, 그리고 웃는 표정조차 웃는 표정처럼 보이지 않는 인물(스마일 마스크를 쓰려 해도 써지지가 않는) 등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중 작가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친구의 경우 작가를 향해 스마일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기에 시종일관 편안한 표정이었다. 너무 당연하게도 여기, 실마리가 있다. 나를 따뜻이 품어주는 가족과 친구 앞에서 우리는 스마일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웃을 수 있고, 또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해서 불편해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관계들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잘 가꿔나갈 때, 작가가 염려한 “솔직하지 않은 이중적인 생활에서 오는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적어도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먹과 장지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이어 사용하지만, 정유미의 시선은 현대 사회와 현대인을 향해 있으며, 마치 현대인의 문제점을 밝혀내는 심리학자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해주는 사회학자처럼 증상을 찾아 조용히 드러내준다. 반장경비 아저씨를, 마을버스 기사아저씨가 건성건성 건네는 인사에 멈칫하게 됐고, 이제 마주하는 사람들의 웃음 뒤에 보이는 쓸쓸함이 마음에 남을 것이다. 개인전 서문 말미에 종종 사용되는 상투적인 문구로 오인 받을 것만 같아 좀 걱정되지만, 더 나은 표현이 없어서 쓴다. 미적 쾌락이나 심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드러내주고, 우리가 그 대상을 이전과는 다른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하는 그녀가 다음엔 무엇을 보여줄지, 진심으로, 기대된다!
Kimchi Cheese Smile - Society forcing smiling faces
Soojung Yi (Curator, Art Center Nabi)
When a baby becomes four months old, adults look into his eyes and amuses him with sounds like "peekaboo" or "coo-chi-coo," and then he giggles. When they stops amusing and coaxing him, his face turns expressionless as if he has never laughed. While the smile of a newborn baby who often smiles during a sleep is a smile not related to external stimulations, the laugh of a four-month-old baby is said to be a means of alluding to his preference, and communicating the point that he is amused by others, that is, a so-called 'social smile.' There are proverbs such as 'They cannot spit in a smiling face,' and 'Smiling brings fortune.' As we grow up, we are educated to practice what these proverbs teach, and compelled to be a smiling good child. After becoming an adult, we have to struggle to live as a good adult and good member of this fearful capitalistic society, which makes us smiling and saying to customers, who are complete strangers, an embarrassing greeting, "I love you, dear customers."
A delightful and pleasant smile is contagious and makes others happy. But, the problem is that we have to smile even when we cannot smile naturally. Not only the service workers, so-called 'emotion labor' workers, such as department store sales clerks, KTX train crew, and flight attendants, but also all of us should smile to become a suitable, welcomed member of an organization. However, the recent society is so rough and tough as to make us lose our natural smiles. We also should not be caught in unhappiness. 'Myself' in our mini-homepage should have a bright smile in a fine restaurant. My unhappiness and depression should not be caught by others. Otherwise my incompetence and inferiority will be disclosed, and right at that moment, my position that I hold arduously will be put in danger. This is how many of us think. In some cases, people smile outwardly but cry inwardly. When the gap between the two are too serious to cope with, they suffer from a type of depression, which is called 'smile mask syndrome.' When this syndrome grows serious, it develops into a depression, and makes them think of suicide. There are well-known cases of celebrities who always looked bright but one day suddenly committed suicide. Leaving these extreme cases aside, most of us are either suffering from the smile mask syndrome to some degree or have possibility to suffer from it. As we went through the 1997 IMF crisis and the 2008 financial crisis, evaluation by co-workers and supervisors became important at work. So, in order to gain good evaluations, good personality, and always-smiling positive character became essential. Therefore, we have to keep smiling. We smile all day long as much as to cause a cramp on our mouth. Then, we see people in a bus or subway on the way home are expressionless. When we do not need to wear a smile mask, our faces look tired and lonely.
Yumi Chung's Solo Exhibition 《Smile Mask》 is about dramatic "Before & After" of taking off a smile mask. When we take a picture, we smile consciously. When we gather to take a picture in a school trip or an anniversary, we say "kimchi", "cheese" or "smile" to make our mouth look smiling. In taking a photograph of a graduation, a wedding, or a family, we smile and smile until our lips quiver. There are diverse facial expressions passing by on our faces until a photographer says 'okay' and finishes photographing. After telling people that Yumi Chung would take a photo, she captured these facial expressions on a video, while saying "One, two, three!," as if she had been taking a still shot. In fact, she made a video, but used words for a still shot, "One, two, three!". As a result, people made facial expressions for a photograph. Some made a serious look as if they were taking an identification picture, but most made the prettiest and the happiest look with a smile as though they were taking a self-photo, and then their such looks disappear right after the shot. A few people the artist took as research subjects had a smile all the time, but most people changed their looks in the following order: (1) preparation for a smile, involving mouth muscle exercise -> (2) a conscious smile -> (3) a stiff look after the smile. Yumi Chung painted the transformation process from the step 2 to the step 3. She captured the hollowness and awkwardness of the moment when the smile disappears. Not the moment generally considered important (a moment of a smile), but the subsidiary and peripheral moment (after a smile) she focused on. This is an extension from her 2008 solo exhibition, 'Politeness Lesson,' which was about awkward and unnatural smiling faces of middle-aged men who had to greet often vocationally. She observed middle-aged men who were compelled to practice kindness at an apartments' door and on a bus, and discovered their subtle facial expressions pleasing but hollow. On the other hand, in this 《Smile Mask》, she finds and shows the disjunction between emotion and facial expression, and the gap between ideal and reality which not only middle-aged men but also most people are experiencing.
Characters in 《Smile Mask》 are not mere 'objects to view' as others' portraits. As the details of their clothing and skin are not described, but their eyes are described in detail to the degree of exaggeration, the characters in the painting are directly looking into the eye of the viewers in front of them as if they were taking an identification picture. Therefore, the viewers are made to look into their eyes, and at this moment, the viewers come to make similar facial expressions as their expressionless or awkward facial expressions. When people see smiling faces, they naturally smile. When people's hands are grabbed during conversation, they also unconsciously grab others' hands. We tend to mimic others' facial expressions and behaviors. Therefore, the viewers unconsciously smile and stop smiling like them and come to focus on the experience that occurred in daily life but they were not aware of. In this way, the viewers also 'participate' in the virtual performance of wearing and taking off a smile mask. The artist, through
As previously mentioned, even a baby also makes a social smile soon after birth. A smile is expressed to show pleasure and joy as we live in the society, and also as consideration for others we relate with in the society. However, if we cannot make a smile welling up from our heart, if we give an insincere smile and live while facing such a smile, isn't this too hollow? As 《Politeness Lesson》 was not to point out security guards' awkward smiles, but was a story about life of them who cannot smile pleasantly, Yumi Chung's
Although Yumi Chung uses traditional materials like ink and Korean paper, her eyes are looking at the contemporary society and people, and silently disclose our society's symptoms like a psychologist who finds problems in people's mind, or a sociologist who analyzes our society's problems. Now I have become to linger at casual greetings of chief security guards and town bus drivers, and smiles of the people I encounter will leave dreariness to my mind. Although I am afraid this may be considered as cliches often used at the end of solo exhibitions' foreword, I cannot find a better expression. So let me just write it. As she catches with a delicate perspective not aesthetic pleasure or problems but conflicts individuals experience in the society and she makes us to view them with interest different from the past, I am truly looking forward to what she will show us next time.
Jun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