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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개인전_친절학습
2008.11.27~12.3 유아트스페이스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전시)
친절 학습
최정희(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어린 시절 우리는 자유로운 감정표현과 의사표현 속에서 살아간다. 기분 좋으면 웃고, 무언가 맘에 들지 않으면 울고, 아니면 그저 가만히 있는다. 그렇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해를 받지 않는다. 표정이나 감정표현에 대해 의무나 책임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달라진다. 사회 속에 던져지며 가족 외의 여러 구성원들 속에 위치하면서 본래의 얼굴 이외의 다양한 사회 심리적 가면(Persona)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때로는 군인으로서 요구되는 성향을 자신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드러내 보이게 된다. 이러한 가면을 통한 소통의 중심에는 ‘인사’가 있다. 흔히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얘기되는 인사는 사회 활동의 기본 요소이자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읽어내게 하는 요인으로, 인사에 대한 분석만으로도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리, 내적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개체이기도 하다. 인사는 일반적으로 서로 아는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낯선 이와 인사하는 경우가 드문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타인과의 인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적인 의무에 의한 것이 그 중 하나로, 경비원이나 운전기사, 판매원 등 서비스 업종에서 주로 보여 진다. 대부분 제복이라는 관습과 함께 부여되어 있는 이들의 인사는 개인적 의지나 감정은 제복 안에 숨겨진 채, 의무적인 행동과 표정으로써 내보여지는 경향을 띤다.
작가 정유미는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서 이러한 ‘인사’에 주목한다. 특히 의무적인 인사가 만들어내는 어색한 장면을 주시하며 인사를 포함한 사람들의 일상 속 행동습성의 틈을 읽어내어 회화작품으로 내보이고 있다. 전통 재료와 기법에 꾸준히 천착하는 ‘그리기’에 충실한 한국화가 이면서도 한편으로 한 사람의 문화관찰자로서의 작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회화의 소재적 출발점으로서의 ‘인사’도 독특하지만,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매개체로서 등장하는 ‘아저씨’라는 인물적 소재도 흥미롭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중 미술의 소재로서 ‘아줌마’도 아닌 ‘아저씨’가, 그것도 경비 또는 운전기사라는 직업군의 아저씨가 이렇게 관찰되고 부각되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대부분 어정쩡한 미소를 띤 아저씨들의 얼굴이 등장하며, 이는 다시 한 사람의 얼굴 클로즈업 작업과 군상작업으로 나뉜다. 이들 작품의 제목은 각각 <김 치~>와 <다 같이 김 치~>로 부여되어 있어, 제목을 통해 우리 문화 속 유사한 일면으로 사고의 폭을 확장하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김 치~’라는 말에 담긴 약간의 작위성과 의도성이 ‘의무적인 어색한 인사’와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얼굴작업과 군상작업 외에 근래 작업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연작은 완장이나 모자 등, 아저씨들의 표정을 만들어내게 하는 동인으로서의 오브제들을 그린 작품들이다.
우선 작품 속 아저씨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그들의 얼굴은 처지고 주름진 눈, 납작한 코, 금니를 내보이는 입 등으로 구성되며 모두 먹으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 표정은 모두 어정쩡한 미소를 띤 모습이다. 눈은 안경이나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기도 하나, 하나 같이 어색한 미소의 얼굴이다. 실제로 작가의 말에 의하면 표정에 작용하는 요소는 눈보다는 입과 입 주위의 근육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맨 얼굴은 옅은 먹을 여러 번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밀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필치로 묘사된다. 다음으로 그 위에 분채와 아크릴물감으로 그려지는 얼굴 외의 요소들을 살펴보자. 우선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착용하고 있는 선글라스와 돋보기안경은 샛노란 빛의 금테로서, 그 원색적인 색감은 금니에서도 함께 발견된다. 젊은이들과 달리 별 거부감 없이 앞니 중 하나를 금으로 대체한 그들의 무신경함은 안경에 그대로 붙어있는 도수 표시 스티커에서도 읽혀진다. 노란색과 파란색 등 의복의 색은 운전기사와 경비아저씨들의 대표적인 옷 색깔에 근거한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등장요소는 바로 모자로서, ‘친절’ 등의 단어와 상호가 크게 새겨져 있다. 더불어 독수리와 월계수 잎 등의 형상이 샛노란 색채로 수놓아져 있는데, 장식이 많은 모자는 ‘반장경비’를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이상의 요소들은 옅은 먹에 의한 얼굴묘사와는 대비되게 선명하고 강한 색감의 분채와 아크릴물감으로 칠해져 있다. 이러한 대비에 의한 이질감의 형성은 이 그림들이 단순한 초상화가 아닌 끊임없이 작품을 읽어내게 하는 기호들의 집합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그림 안에서 하나의 단서들로 자리 잡고 있는 기호들이 평소에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오브제들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초상화와의 차별성 혹은 다양한 해석가능성의 여지는 필요한 부분만을 취한 클로즈업과 화면의 확대된 크기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또한 초기의 작업이 특정한 인물에 대한 묘사로써 출발했다면, 최근의 작업에서는 작가의 기억과 순간순간의 에스키스에 의존하여 작가가 생각하는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얼굴 표현이 보여 지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마음 속 인물군의 유형화라 할 수 있겠다.
작품 전반에서 읽혀지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들의 ‘표정’이다.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모자나 완장 그림에서도 대상의 상징성에 의하여 그 뒤에 가려진 그들의 표정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 모자의 경우 인사할 때의 각도 그대로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의무적으로 부여된 ‘친절’이라는 명제와 함께 공존하는 어색한 표정들은 외면과 내면의 간극을 그대로 담아낸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어정쩡함은 관람자에게 일견 유쾌함, 혹은 희극성을 느끼게도 하는 이중적 특성도 지닌다. 작가는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는 어색한 표정과 관련해 단지 우리나라 특정 직업군의 특성, 혹은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남성의 특징을 거론하는 선상을 넘어 한국 사람들의 전반적인 성향과 연관 짓는다. 서양에 비해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을 쓰는 우리는 마음과 행동의 일치가 쉽지 않은 탓에 자연스러운 인사가 오가는 것이 더욱 어렵다. 작가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 그림 속 아저씨들의 인사에 대해 상대편의 인물들도 속마음이 어떠한가에 상관없이 그다지 자연스럽게 반응하지 못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읽어 내보일 뿐 아니라, 작품을 통한 소통과 교감 속에서 우리의 인사 문화, 나아가 우리의 소통방식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음을 작가 노트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한 문화관찰자 이상의 작가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포착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내는 이들이 바로 예술가일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재현이건, 변주이건, 비판이건 그들의 시선을 읽어내는 것은 우리들 일상의 하나의 쉼터이자 때로는 양식이 되곤 한다. 더욱이 오늘날 다변화된 미술의 상황에서 작가의 역할과 영향의 범주는 정의할 수 없으리만큼 다양하다. 개인의 내면에 천착하거나 사유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에 대한 여러 해석과 의견을 제시하며, 때로는 사회 활동가 이상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한다. 단, 최근의 경향을 보면 과거의 민중미술과도 같이 직접적으로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하기 보다는 한 사람의 관찰자나 연구자로서 관조적인 작업경향 속에 녹여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것이 설치, 영상, 뉴미디어 등을 이용한 다매체적 프로젝트형 작업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에 한국화의 범주에 드는 정유미의 회화작업은 일단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간주되는 ‘그리기’로써 한국화의 재료를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그 안에서 재료에의 연구가 내용의 구축과도 연계되며, 사회적인 상황과 징후들에 주목하고 그것을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회화라는 가장 기본적인 매체 안에서 다소의 희소성을 획득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의 신진작가들에게서 보여 지는 구상회화들이 시장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는 극사실과 네오팝, 혹은 초현실적 경향이 지배적임을 상기할 때,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그리기의 방식으로써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이 작가의 연구가 의미 있는 축적을 이루어가길 더욱 기대하게 된다.
Politeness Lesson
Choi, Jeong-Hee (Curator, Seoul Museum of Art)
When we are children, we live our lives freely expressing our emotions and opinions. We laugh when feeling good, cry when something is wrong and nothing is necessary if not. There is no problem and nobody misunderstands our intensions, even if we behave like this. It is because we are not liable for our expressions of emotion or looks on our faces. However, the situation changes when we grow up. Thrown into a bigger society than a family and positioned among various members of it, we get to live displaying numerous social and psychological personas, different from our original ones. Irrespective of our true feelings, we get to show a required disposition depending on our situations and positions, as a student, an employee of a company, or sometimes, as a military man. In the middle of these interactions through the disguised persona, there are ‘greetings.’ Greeting, which is usually regarded as a tool for showing respect to others, is a basic element of social activity and a factor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Therefore, by analyzing the greeting, an independent cultural entity, we could analyze the relationship and the distance between people in a certain society, and their inner mentality. Generally, greeting is done between people who already know each other. It is especially true in Korea where it is rare to greet strangers. However, there are several cases when greeting is exchanged between strangers. One of the examples is the greeting coming from the professional obligation, shown by people in the service industry such as security guards, bus drivers and sales persons. Their duty of greeting, mostly given with the custom of wearing uniforms, tends to be displayed with dutiful gestures and expressions. And their individual feelings and intensions are hidden under the uniforms.
The artist Yumi Chung, focuses on these ‘greetings’ as an object and a subject of her work. Especially, by observing the awkward situations created by the dutiful greetings, she reads the gap in the peoples’ behavioral habit in everyday lives, including greetings, and expresses it as the paintings. While she is a Korean painting artist who is faithful in ‘painting’ the picture exploring the traditional materials and skills, she also carries out the role of an observer of the culture. ‘Greeting’ is a unique starting point as an object of the painting. In addition, the use of ‘Ajossi (Korean term for calling adult male friendly; can be translated as man or uncle in English),’ as the figure subject and medium to express the greetings is very interesting too. It is not common that ‘Ajossi’, not ‘Ajuma (Korean term for calling adult female friendly; can be translated as woman or aunt in English),’ especially those who belong to the occupational group of security guards or bus drivers among various members of our society, is observed and highlighted.
In the most of the artist’s paintings, faces of men (‘Ajossi’s) with uneasy smile are featured. They are again divided by the close-ups of one person and group pictures. The titles given to each kind of these pieces are
For a start, let’s take a look at the characteristics of the men in the paintings. Their faces showing the typical look of middle-aged men in Korea, have saggy wrinkled eyes, flat nose and mouth with gold tooth, all expressed in detail with Korean ink. Their looks on the faces, staring at the front, all have uneasy smiles. Their eyes sometimes are hidden under the glasses or sunglasses, but they all show awkward smiles. Actually, according to the artist, mouth and the muscles around the mouth are more important than eyes to decide the facial expressions. Their bare faces like these are portrayed with dense but soft strokes by layering the light ink multiple times.
Next, let’s study other elements than face, depicted with Boon-chae (oriental powdered color) and acrylic. Sunglasses and reading glasses most characters wear in the paintings have yellow gold frames whose quality of primary color is also discovered in gold tooth. Their indifference is shown by the fact they have replaced one of their front teeth with gold one without any hesitance, unlike young people. The same indifference can be found from the sticker still attached to their glasses, showing its diopter. The colors used to paint the clothes of the bus driver and security guard, yellow and blue, are based on the typical colors of the kinds. Another essential element in the paintings is the cap, which has words like ‘kindness’ or store names on it. Together with those large sized words, images of eagle or laurels are embroidered with vivid yellow color. The cap with much decoration is said to represent the ‘chief security guard.’ All these elements, in contrast to the faces described with light ink, are painted with vivid and strong colors of Boon-chae and acrylic. The feeling of heterogeneity, created by this contrast, makes these paintings not remain as just portraits but function as the collection of symbols which help to interpret the art pieces. It is also interesting that such symbols located as clues in the picture are the objects which draw little attention from people at ordinary times. The difference from the portraits or the various possibility of interpretation is emphasized again by the close-ups, which took only necessary parts, and the enlarged size of the picture. And if the work of her early stage started with the description of person, recent work shows the expressions of face as images the artist views based on her memory and the instant esquisses. The result can be said that the group of people is materialized, in the way the artist views.
The most important factor to be read off the whole paintings is their ‘facial expression.’ Even from the picture depicted only cap and brassard, without any face, it is possible to naturally imagine the person’s look hidden behind by the objects’ symbolistic character. The cap sometimes is pictured with the same angle, which is created when the person greets. Their awkward looks, coexisting with the word ‘kindness’ given due to their duty, entail the exact gap between their external and internal states. On the other hand, the expressed uneasiness has the double feature to provide the audience with somewhat pleasant feeling or comicality. In regards to the awkward looks depicted in the paintings, the artist does not limit herself referring to people in a certain occupational group or middle aged Korean men who are not used to express their emotion, but relates them to overall disposition of Korean people. It is hard to exchange natural greetings for Koreans because we care for others’ eyes much more than the Westerners and it is not easy to harmonize our behavior and mind. According to the observation made by the artist, and as we could generally assume, the other people cannot respond naturally either, regardless of their true feelings, to the greetings of those men in the pictures. Not only revealing this reality, the artist had expressed through her statement her hope towards some changes in our culture of greeting, and moreover in the method of communication, through mutual understanding and communication created by her paintings. From this, we could think of the artist’s role as more than just the observer of the culture.
Although we all are living in the same world, there are people who capture the world with unique perspective and illustrate it with their own language. They are the artists. Whether it is a reproduction, transformation or criticism of the world, reading their perspectives becomes our shelter or food for thought in everyday lives. Especially, in today’s diversified domain of art, the role and the influence of the artist are so manifold that it cannot be defined as one. They go beyond the stage of thinking and exploring their inner mind and present opinions and interpretations about the outside world. Sometimes, they even execute projects more vigorously than social activists. However, the recent trend shows that their method is different from the Populace art, which directly voiced their criticism in the past. Their recent method is mainly constituted with an individual’s effort, as an observer or researcher, to smoothly blend the opinion in their work which has contemplative characteristics. As their work is mostly executed through muti-media projects such installation, movies and new media, the paintings of Yumi Chung, which belong to the category of Korean painting, can have unique appeal. It is because although she is pursuing the art by ‘painting’ which is regarded as a traditional method, based on the material used in Korean painting, her study on the materials is related to the construction of the content and she tries to interpret the social situation and indication. This is another reason that her work could acquire rarity even though it uses the most basic medium of art, the painting. Especially when the representational paintings of recent up and comers have the heavy tendency of hyperrealism, Neo-pop or surrealism, following the market principles, it is more expected that Yumi Chung’s effort in constructing her world of art through the method of painting with her own perspective, could have meaningful results.
December 2008